일시 2023년 9월 13일(수)-24일(일)

기획 00의 00

전시서문 신수민(00의 00)

전시 디자인 Tank Press

주최/주관 00의 00

비평 이여로

사진 박도현


전시개요

<나프탈렌 캔디 (Naphthalene Candy)>는 김상하, 배자은의 2인전으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들과, 그것들을 붙잡으려는 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옷장 속 덩그러니 놓인 흰색의 나프탈렌은-살살 굴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없어지는 입 안의 캔디처럼-서서히 서서히 기화하며 옷장 속 냄새들을 감싸고 가리다가, 언제 닳아 없어졌는지도 모르게 사라진다. 하지만 그 쿰쿰한 기운만은 오래 남아, 우두커니 옷장 안을 채워 흔적을 남긴다. 무수한 과거의 기억을 감싸 안았지만, 결국엔 그 과거의 흔적만을 가지고 우두커니 남아 있는 사진 이미지처럼.

사진 이미지는 프레임 속에 순간을 가두어 그 시간을 영원히 멈추도록 만든다. 이로 인해 사진은 중요한 순간을 대하는 의식(세레모니)이 되기도 한다.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 나타나면 우리는 고민 없이 카메라를 꺼내 든다. 그리고 셔터를 눌렀을 때 그 순간은 나의 소유가 된다. 사진은 순간을 소유했다는 환상을 주지만 이미지는 섬광처럼 스치는 기억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작가들은 이처럼 온전히 남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순간의 기억을 붙잡고 자신의 일부로 흡수하고자 한다. 김상하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어머니의 사진에 깃든 기억을, 배자은은 과거에 겪은 사고를 닮은 사라져 버릴 공간을 흡수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의식을 치른다.

김상하는 현재의 삶을 투사하는 과거의 기억을 작업에서 다룬다. <Temper>는 서버 종료로 사라질 뻔한 어머니의 싸이월드 속 사진을 복구하며 시작된 작업이다. 그는 사진 속 자신은 모르는 어머니의 기억을 보고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이 사진을 허공을 떠도는 데이터에서 인화된 사진으로 정착시킨다. 그는 소중하게 복구한 사진 데이터를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인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조된 감열식 프린터를 사용해 시간과 열에 의해 이미지가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처럼 작가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지웠다가 드러내기를 반복하여 엄마의 사진을 향한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헤아려 보려 한다.

배자은은 화재가 일어나 폐허가 된 공간에서 자신이 겪은 사고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작가는 그곳을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느꼈다. 그는 녹아내린 공간을 촬영하며 공간에 흡수되길 시도한다. 작가의 사진에 담긴 타버리고 녹아내린 공간은 마치 잊혀지지 않고 그의 기억에 붙어있는 사고의 기억구조와 닮았다. 작가는 이렇게 촬영한 사진에 ‘불완전한 지지체’를 만들어 ‘사진들에 함께 살아갈, 혹은 죽어갈 몸을 만든다.’고 말한다.

전시장을 메우는 작가의 숨소리와 비석처럼 세워진 조각들을 보며 어떤 것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시각화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해 본다. 옷장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끝낸 나프탈렌 조각이 품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것이 삼키고 뿜어낸 슬픔만을 짐작해 볼 뿐이다.

-신수민(00의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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